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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의 이야기를 만나보다

행복의 정복에서 버트런드 러셀이 말하는 불행과 행복 (목차) 

◇  무엇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가

◆  불행의 원인 - 바이런적 불행, 경쟁, 권태와 자극,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여론에 대한 공포

□  아직도 행복은 가능한가

■  행복의 원인 - 열의, 사랑, 가족, 일, 일반적 관심사, 노력과 체념, 행복한 사람 

 

버트런드 러셀은 20세기의 위대한 지성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40권이 넘는 책을 집필하며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반전 평화주의자로도 활동하였다. 1950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이 책에서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은 어릴 때 삶을 저주했으며, 수없이 자살 유혹에 시달렸으나, 수학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욕심에 자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러셀이 오십 대에 집필 한 것이니, 그는 삶에서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통해 불행을 정복하고 행복을 쟁취하는 방식을 찾아냈을 것이다.

 

사실 러셀이 집필한 두 권의 책, ‘서양 철학사’ 와 ‘게으름에 대한 찬양’ 을 읽고 무척 만족했던 터라, ‘행복의 정복’ 도 큰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먼저 밝혀야겠다.


책은 1부에서 불행의 다양한 원인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는 경쟁, 피로, 질투, 죄의식, 피해망상 등이 나오는 데,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책의 내용을 보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기억나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질투 편에서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과 남을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확장시킴으로써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질투하지 않기 위해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남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문제로 괴로워할 것이므로, 비교하지 말라는 충고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또 러셀은 질투라는 것이 어릴 적의 상처, 즉 형제 자매가 자신보다 부모님께 더 사랑 받았다던지 하는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추측하는 데 이런 가설도 조금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보다는 진화심리학적 측면에서 질투라는 점이 발달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듯 싶다. 러셀은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성은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길에 지나가는 잘 차려 입은 여성을 바라보면서도 질투를 한다고 하는 데, 이는 우수한 능력을 가진 남성을 두고 경쟁하여, 자신의 아이에게 좋은 유전자와 좋은 성장 환경을 물려주려는 진화론적 욕망에서 비롯된 질투라는 해석이 좀 더 설득력이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이런 질투의 근원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내가 길에서 마주친 나보다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질투심이 사실은 근거 없는 것임을 깨달음으로써 질투의 감정을 정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길가는 여성과 내가 실제로 한 남자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는 사견이고, '행복의 정복'을 읽음으로써 실질적인 지침을 얻을 수 있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오히려 이 책보다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읽으면서 더욱 행복을 느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대한 러셀의 지적이고 친절한 진술을 따라가면서 그들과 어울리다 보면 시공간을 초월해 무한히 확장하는 자아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